.

from 짧은말 2013. 9. 13. 01:42



-난데없는 가을 장마. 눅눅하다. 



-모든 사회화와 인정투쟁은 악셀 호네트의 주장대로 너무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맴돈다. 정확히는 악셀 호네트가 그러하듯 인정투쟁에서 헤겔적 저항의 힘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에 실패했을때 출현하는 부정성의 폭력적 형태에 대한 생각이다. 사실은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것은 경제나 욕망, 성이 아니라 인정투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절망. 한국사회는 이같은 울분으로 가득차있다. 나 자신 또한 그렇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라는 테제는 인간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 "자신의 시대를 앞설 수는 없다". 이런 헤겔적 원환에 반대하며 마르크스보다 헤겔로 돌아가자라는 지젝의 주장은 물론 타당하다.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도래할 새로운 미래의 급진적인 공간을 열어젖히는 것. 파국의 디스토피아를 더이상 참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디스토피아다. 수년전에 역사가 종결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하루하루 단지 살기위하여 치열하게 분투하는 사람들에게, 그저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주장을 강권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이 먹물들의 언어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 이 신세계적 질서에 철저히 복무하면서 견디고 견뎌라.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좆같은 자유의 이데올로기가 사실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것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예전에 삶의 의미를 상실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는 영원한 인류의 과제였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사회가 낳은 병리적 정신질환과 싸우는 것 뿐이다. 엎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세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