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c

from 짧은말 2012. 11. 14. 22:10

 

 

 

 

- 한달 전쯤 뉴욕에 다녀왔다. 하늘을 찌를듯한 마천루와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365일 연일 반짝이는 타임스퀘어, 인디씬의 메카 브룩클린 윌리엄스버그 등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이 으레 밟는 코스를 무슨 의무처럼 돌아다녔다.  전지구를 아우르는 금융 자본의 심장부이며 제 3세계에 민주주의를 수출한답시고 자유주의의 미덕을 읊어대는 이 국가의 동맥과도 같은 공간에서, 거대한 문화자본에 감탄도 하고 이 문화자본의 축적 때문에 과거 자행했던 약탈에 대한 욕지거리도 내뱉으며 수일간을 지냈다. 많은 인파가 쏟아지는 맨하튼 한복판에서는 흡사 종로 바닥이나, 강남역 인근을 돌아다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검은 머리 인종들이 가득한 맨하튼이 궁금하다면 서울 한복판을 떠올리면 될 일이다.

 

- 언제나 드라마며 영화의 단골 배경이 되곤 하는 이 도시에 내가 섞여들어가 있는 그 낯선 풍경을, 한국에서의 한결같은 일상에서도 반쯤은 그려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내가 호퍼의 회화가 환기하는 키치에 너무 젖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뉴욕은 그의 그림 그 자체였다.  콘크리트로 가득 메워진 도시를 지배하는 퇴색된 정서. 나를 향해 던져진 무의미한 손짓과 눈빛 속에 담긴 손쓸 수 없는 고독과 불안.  나는 항상 이런 것들에 매달려 있다. 막상, 그의 그림은 두어점 밖에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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