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om 짧은말 2012. 4. 23. 15:59

 

 

 

-더이상 마르크스를 빌리지 않아도 되는 유물론적 감각은 이제 진화생물학자들의 것이 된 모양이다. 현재 영미권을 뒤덮고 있는 최신 문예이론의 경향은 이러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섭에 근거하고 있다. 문학주의자들이 이런 흐름에 동조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인간의 이성이 건축한 문명이라는 바벨탑은 자연을 이미 벗어난지 오래라는 오만함이 저변에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모든 지식사회학이 자연과학과의 결합을 꾀하지만 이런 패러다임에서 문학만은 구해내어야 한다는 주장의 덧없음이 선취하려는 것은 문학의 실존, 더불어 문학의 쓸모일 것이다. 이데올로기 이상의 인간의 원론적인 그 무언가가 문학에 도사리고 있다고 믿는 자들이 붙들고 있는 죽은 문학의 시체에서는 더이상 부패의 내음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시쳇말로, 오늘날의 '힙'함을 익히기 위한 첩경으로서의 피치포크는 음악의 도살장이 되어버린 것 같다. 과거의 영광을 업고 있을 뿐 인 뮤지션에게는 혹평을, 첨단의 유행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한 신인에게는 찬사를 날리며 분류의 셈법을 선전하는 풍경은 여과없이 도살장에서 일어나는 도륙의 그것이다. 일단의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는 아티스트에게 도저히 한 표를 내어줄 수 없는 나는 사실 그닥 진보적인 인간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빠졌다. 하지만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현란한 앨범자켓으로 한껏 자신을 치장한 음악들을 몇 개 클릭해본다. 그러나 플레이밍 립스도, 애니멀 컬렉티브도 도태된 나의 감각으로서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가버린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