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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짧은말 2011. 1. 19. 13:53




누군가를 착취하는 것으로 황금으로 치장한 궁궐같은 집의 주거권을 획득하는, 그런 꿈같은 시대를
너는 나락 어딘가쯤을 하염없이 걷는 기분으로 살았다.
아마도 언젠가 시가 역사의 알레고리었던 적이 있었고 눈 먼 유토피아를 꿈꿨던 적이
있긴 할 것이다. 오늘날의 언어처럼 경색된 채 자기 세계에 침윤하기를 고집하는 미래는
예상 바깥의 것으로, 너는 너의 적을 어떤 소명에 위치시키기 위한 제스춰만을 그렸을 것이다.
비극은 탕진되고 유희는 켜켜히 쌓여 권태로움만이 먼지처럼 흩날렸다.
행복을 투여하여 감각이 마비된 배부른 돼지들이 생매장되는 소음이 사방을 에워싸고
바다건너 어느나라 총리가 어린 여자애들을 돈으로 유린했다는 염문들이
망막에 새겨졌다가 이내 소리없이 은폐된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가장하는 것이 꽤나 그럴싸한 이데올로기적 전략이 되는 풍경을
인간, 너는 감히 생각이나 해볼 수 있었을까

진보와 퇴보를 진언하는 이념들이 마구 뒤엉켜있는 와중에도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은
태연하게 방금 섭취한 짐승찌꺼기들을 되새김질하고 있다.
그리고 너는 야만의 혓바늘이 촘촘히 들어찬 그 한자락을 차지하고 서 있다.

1927년의 그 어스름한 저녁에 파리 거리를 배회하던 어느 망명자의 우울함이 발산하는
고통의 심연을 흐릿한 눈으로 읽어내릴 때 네가 감지해내는 것
그 멜랑꼴리가 너를 견디게 해주는 일말의 위안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또 얼마나 한심한 작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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