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om 짧은말 2011. 9. 23. 12:38

 


- 흡사 인간이 쏘아올린 별 마냥 빛을 발하며 우리 머리 위를 떠돌던 인공위성이 우주 폐기물이 되어 지구로 추락하는 중이라는 뉴스가 21세기에는 그 어떤 픽션보다도 낭만적이다. 오늘날 우주의 소멸과 파국, 종말을 의미하는 언어만큼 아름다운 서사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파국은 이후의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다는 의미에서,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가장 진보적인 어떤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가 품는 기대감만큼이나 세계의 끝은 너무나 찬란하고 매혹적인 외양을 지닌다. 이 21세기식 세계의 끝은 더이상 시인의 언어나 희곡 등을 빌어 현전하지 않는다. 대개는 영화 판의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로 재현되지만 실제로는 나날이 몰락해가는 경제지수나 평온을 가장한 보이지 않는 폭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식자들에게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도록 할 뿐이다. 현대의 낭만이 주조되는 양식은 실존의 영역이 분쇄되는 과정에서 비롯한다. 스크린 너머의 파국을 감상하는 안락함의 자세야말로 낭만을 즐기기 위한 메뉴얼의 첫번째 법칙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