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om 짧은말 2011. 9. 27. 08:14




-추문을 폭로하고 죄악의 단죄를 촉구하는 일은 어느새부턴가 예술의 책무가 되어버린 듯 하다. 폭력의 즉각적인 현시를 통해서만 가능한 대중의 계몽을 영화는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시각화된 스펙터클을 목격한 후 '계몽된' 주체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냐면서 소리높여 항변하기 시작한다. 마치, 이런 추문이 과거 언론에 의해 공표된 적이 없었으며 자신들의 무지함은 언론의 은폐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당연하다는 듯이. 잔혹함의 비전은 가히 근대성의 병리적 현상이라 불릴만한 개인주의적인 모종의 합의에서 탄생했다. 반인륜적이며 반인도주의적인 추문의 원환은 사회의 이탈자들에 의하여 완성된 것이다. 이탈자들이 저지른 범죄와 사회의 건전한 일원인 나 개인은 전혀 관계된 바가 없다는 인식이 관념화된 상태에서 일상의 처참함이 타전된다. 그리고 진보한 자유민주주의의 사회에서 이러한 추문이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는 듯이 행동을 개시한다. 왜 이 땅은 영화를 부조리를 고발하는 매개쯤으로, 그리고 그것이 다분히 정치적인 것을 수반하는 것처럼 조명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수년이나 지나서, 피해자의 상처를 헤집으면서까지 자신의 도덕적 자명함을 정립하려 발버둥치는 것인가.

-여전히 그의 글이 위로가 된다는 사실은 절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