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주의적 세계관의 결말이 언제나 디스토피아로 귀결되는 이 양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근대의 합리주의가  발전시킨 이 뉴타입의 탄생은 파열음이 없는 완전한 세계를 예고한다. 여기서 모든 적대와 폭력과 불화는 이미 근본적으로 지양되어 있다. 균열과 노이즈가 없는 세계는 유토피아가 될 수 없다. 역사가 끊임없는 투쟁의 변증법적 운동이라고 정의할때, 모든 불화가 합의된 세계는 이미 종결된 세계, 진보의 조건이 부재한 세계가 된다. 모든 모순이 무화된 형이상학적 돌연변이를 탄생시켰을 때, 나는 우엘벡이 이러한 역사의 진행에 대하여 이미 깨우치고 있었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가 어설프게나마 도킨스류의 우스꽝스러운 유전공학적 방법론을 채택하여 인류의 종말을 고하고 신인류를 탄생시키는 신학적 도식을 차용하여 곧 도달할 디스토피아를 묘사하는 것은 여전히 적대와 공존하는 세계를 혹은 미래의 역사를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종교적 기원회귀에 대하여 교묘하게 설파하는 입장으로 우회해버린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신인류의 유전공학적 주조는 과학의 가시적인 발전을 이룩한 오늘날에 와서야 쓰일 수 있는 우엘벡의 문학적 장치로서 기능한 것이라는 얘기지, 우엘벡 자신이 이 다윈주의자들의 과학을 신뢰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나는 종교란 다른 무엇이기에 앞서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만일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어떤 시도가 합리적 확실성에 대한 우리의 요구와 상충한다면, 그 시도는 성립될 수 없어. 수학적 증명이나 실험은 인간의 의식이 획득한 돌이킬 수 없는 권리야. 그걸 포기할 수는 없지."

- 스스로 성차를 제거해버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버틀러식의 전복에 준거하여. 생물학적으로 여전히 여성이지만 멘탈에 있어서는 그 무엇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나 스스로 정의해버린 것에 대해서. 그녀 말대로 젠더가 부차적인 문화와 관습에 의해 구성된 인공물이라고 할 때,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에 대해서 어떻게 주체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것일까? 젠더의 일차적 외피를 걷어냈을 때의 나는 누군가를 매료시킬만큼 데카당스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치열하게 학문의 길을 연마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안겨줄만큼 모범생도 아니다. 나는 그저 내 게으름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노력해왔을 뿐이다. 이에 대하여 너에게 묻는 일은 좀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여튼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있다는 것만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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