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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짧은말 2011. 6. 1. 11:22

1.가끔 마음을 다잡는다고 걷어낸 절망은 완전소멸에 이르지않고 끊임없이 주변을 배회한다.
그러다 외압을 감당치 못한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목격된다. 
푸른 재로 산화한 그것을 차라리 내 한낱 죽음충동에 불과한 파토스에 대항하는데 실패한,
무참한 항거의 흔적이라 부르련다.

말간 허무와 공허를 곱씹는 것에 골몰하는 자세는 이 자본주의 디스토피아의 신경증을 견디는 나름의 삶의 형식이다
그래서, 나는 이 미친 세상을 아무렇지 않게 긍정적으로 살자라는 구호를 무슨 종교적 교리마냥 외치고 다니는
사람을 마주할 때 참을 수 없도록 구역질이 난다. 계급적인 것을 가감하고 진정한 인간의 평등을 좌시하자라는 이상적인 언어를 외치고 다니는 사람도 참을 수 없다. 나는 이만큼 가방끈이 길고 개념있는 인간이야 라고 여봐란듯이 자신의 정치적 올바름에 관하여 구구절절 써내려가지만 그 이면에 가득찬 엘리트주의적 사고방식과 병적인 성적 취향과 저급한 오만과 비열함. 나는 썩 괜찮은 인간이죠라는 것을 계속해서 남에게 주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인간적인 허영.

이 모든 구역질이 치미는 것들.  나는 이에 대한 결벽증을 감내하지 못하고 언젠간 스스로 사회와 인생에서, 퇴장하게 될 것이다. 알 수 있다..


우엘벡이 너절하고 도저한 허무적 독백들을 늘어놓는 가운데, 그가 한사코 움켜쥐고자 한 무언가가 있다.
 당신과 내가 끝까지 경험할 수 없을, 끝까지 내 것이 되지 않을, 공백없는 진리와 완전한 인간의 감정. 
그 진실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지 말자. 



2. <무산일기>에 관한 평론가들의 한 줄 비평 중 인상에 남았던 말. "화면이 암전될 때 마음도 암전된다"
검은 화면 속, 소리없는 통곡과 분노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그것은 귀를 막아도, 막아도 스며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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