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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짧은말 2011. 6. 27. 14:19




세상 모든 원소들의 백색소음
박정대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세상을 가져 온다

바나나가 그려진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열어 음악을 들으면 눈밭 위에 앉아 짹짹거리는 작은 새들의 소리처럼 그리운 소음

소음이 그리운 날은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빠져나와 하루 종일 닉 케이브를 듣는다

닉 케이브라는 소음의 천사를 나는 예전에 알았다

그가 전직 천사였다는 것을 안다

너무 아름다운 노래 때문에 타락 천사가 된 그를 나는 인간적으로 듣는다

그의 노래는 여전히 소음 속에서 침묵을 추구한다

한없이 떠들어야지만 더욱더 견고한 고독이 완성되므로 여전히 사랑에 빠져 노래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안쓰럽다

왜 그가 타락 천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말해준다

사실 말은 필요 없는 것이다

세계가 우리의 비극을 감싸 안으므로 우리는 장엄하게 아름다운 비극이다

여기까지다, 시인이 할 일은 세상 모든 원소들을 백색소음에 데려다 주는 일

그 다음은 이 세계의 일, 모든 소리의 가청 주파수대를 의미하는 백색소음 속에서 시인은 침묵과 고독이라는 물질로 새로운 시의 원소를 만드는 연금술사

여기까지다, 여기까지가 침묵의 음악이고 그 이후는 침묵을 또 다른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순간 누군가 안쓰럽게
이 시를 읽고 읽을 것이다

타락 천사이었거나
전직 천사였거나
아마도
당신이 음악이었거나





한 때, 너를 살게하는 것은 절망이었다. 삶을 마감하게 하는 절망이 아닌, 삶의 연장을 추동하게끔 하는 절망의 감염자였다.  대의를 위한 죽음이 너절한 그 무엇이 되고, 이 모든 소외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 마냥 함구하는 풍경, 1970년과 2003년 그리고 2011년에 이르러서도 변하지 않는 이 풍경을 똑바로 응시하기 위한 절망. 죽는 순간까지 이 절망을 앓아야 한다. 이것이 너를 외롭게 할지라도, 네가 감내하는 고독은 고공의 크레인 위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투쟁을 고수하는 어떤 아름다운 이의 고독에 비할 바 없는, 아주 소소하고 사치스러운 고독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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