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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짧은말 2011. 6. 29. 11:03

 



Edward Hopper Took the Subway







-12월 31일 밤은 힘들었다. 마치 유리벽이 부서지듯이 내 속에 있는 무언가가 부서져 버리는 것을 느낀다. 분노에 사로잡혀서, 뭔가 하지 않읍면 안되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걸어다닌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게는 이 모든 시도들이 이미 실패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패, 사방에 실패만이 널려 있다. 오직 하나 자살만이, 닿을 수 없는 채로 저 건너편에서, 반짝거리며 내 마음을 끈다. 자정 무렵에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진 길과 같은 것을 느낀다. 내면에서도 무언가가 고통스럽게 꿈틀거린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당신은 전부 혼동하고 있는 거예요. 모파상의 광기는 매독의 전형적인 진행 과정 중 나타난 증상일 뿐입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면 누구나 당신이 말한 두 가지 체계를 인정합니다.

-아닙니다. 모파상이 미친 것은 물질에 대해, 허무에 대해, 죽음에 대해서만 너무 날카로운 의식을 가졌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인 겁니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 현대인들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그는 자기 개인의 존재와 나머지 세상 사이를 절대적으로 분리시켰던 것이지요.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더 일반적인 얘기를 하자면 우리는 누구나 늙어서 죽습니다. 개개인에게 늙는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참을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 문명 사회에서, 절대적이고 극단적인 이 생각은 점점 발전해서 우리 의식의 영역을 점차 채워가고 있으며 다른 어떤 것도 살아남을 여지를 남겨 주지 않습니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차츰 세상의 경계선이 분명해집니다. 욕망 그 자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고통,질투, 공포만 남아 있습니다. 특히 고통만 남아 있습니다. 무한한, 그래서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 어떤 문명도, 어떤 시대도 그들의 백성에게 그렇게 엄청난 양의 고통을 안겨 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우리가 전례 없는 최악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의 정신 상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고통>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정확히 이 순간에, 사형 집행인이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피 묻은 끔찍스런 붕대를 흔들어 대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로베스 피에르의 머릿 속에는 고통 이외에 다른 어떤 생각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실패의 감정과도 다른 어떤 것. 틀림없이자신이 해야만 했던 일을 했다는 느낌을 가졌을 것입니다. 막시밀리앙 로베스 피에르, 나는 그를 사랑합니다.

-적어도, 나는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가 죽지 않앗더라면 끝까지 싸웠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젊은 이들의 클럽,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휴가..그는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고, 전의를 상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사랑을 찾아다녔을 것이다. 사람이 거의 없는 고속도로에서 자신의 GTI205 철판 사이에서 검정색 양복과 노란색 넥타이를 피로 물들이면서도, 그의 가슴 속에는 투쟁이, 즉 투쟁의 욕망과 의지가 남아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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