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이 부단히 뒤섞이고 오염되는 과정에서 본질적 특징을 잃고 애매한 것이 고유한 것을 대체하듯이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대도시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비할 데 없는 힘을 갖고 있지만 그것으로 안에서 사물을 창조하는 사람들을 일종의 성 안의 평화 속에 가두어버리며, 또한 지평선의 출현과 함께 점점 더 각성되어가는 근원적 힘도 의식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러한 대도시가 사방에서 침입해 들어오고 있는 전원에 의해 벽이 뚫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며, 아무도 나를 알지 못했다. 나는 두 시간 동안 외톨이처럼 거리들을 돌아다녔다. 이때의 거리 모습을 나는 이후 두번 다시 보지 못했다. 모든 집의 문에서는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고 보도의 귓돌은 모두 불꽃을 일으키고 있었으며 노면 전차는 하나같이 소방차처럼 달려오고 있었다...
- 벤야민
burial과 벤야민과 호퍼를 관류하는 공통 심상에 대하여. 인류는 진보하고 있으며 역사 또한 발전하고 있다는 인간의 가련한 환상의 본질이란 운명지워진 근원적인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짓에서 기원하는 것이다. 그 몸짓들이 여기에 있다.
모두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위한 노력들은 참으로 쓰잘데없는 짓이다. 그런데 왜 기대하지 않았어 라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나 어려운걸까. 왜 마음이 아플 때마다 슬며시 당신의 신음이 문장 하나 하나에서 새어나오는 그 고통의 단락들을 숨죽여 읽곤 하는 걸까. 그게 위로가 된다면 그것은, 내가 남의 상처따위는 아랑곳않는 파렴치한이기때문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