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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urial과 벤야민과 호퍼 4 2010.09.09
  2. . 2010.09.07
  3. - 2010.08.27
  4. . 2010.08.17
  5. 100811 2010.08.11
  6. 알튀세르 심포지엄 1 2010.08.05
  7. . 2010.08.02
  8. 20100721 2010.07.21
  9. . 2010.06.15
  10. .. 2010.06.02

burial과 벤야민과 호퍼

from 짧은말 2010. 9. 9. 23:44









....모든 사물이 부단히 뒤섞이고 오염되는 과정에서 본질적 특징을 잃고 애매한 것이 고유한 것을 대체하듯이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대도시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비할 데 없는 힘을 갖고 있지만 그것으로 안에서 사물을 창조하는 사람들을 일종의 성 안의 평화 속에 가두어버리며, 또한 지평선의 출현과 함께 점점 더 각성되어가는 근원적 힘도 의식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러한 대도시가 사방에서 침입해 들어오고 있는 전원에 의해 벽이 뚫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며, 아무도 나를 알지 못했다. 나는 두 시간 동안 외톨이처럼 거리들을 돌아다녔다. 이때의 거리 모습을 나는 이후 두번 다시 보지 못했다. 모든 집의 문에서는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고 보도의 귓돌은 모두 불꽃을 일으키고 있었으며 노면 전차는 하나같이 소방차처럼 달려오고 있었다...

- 벤야민











burial과 벤야민과 호퍼를 관류하는 공통 심상에 대하여. 인류는 진보하고 있으며 역사 또한 발전하고 있다는 인간의 가련한 환상의 본질이란 운명지워진 근원적인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짓에서 기원하는 것이다. 그 몸짓들이 여기에 있다. 
 


모두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위한 노력들은 참으로 쓰잘데없는 짓이다.  그런데 왜 기대하지 않았어 라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나 어려운걸까. 왜 마음이 아플 때마다 슬며시 당신의 신음이 문장 하나 하나에서 새어나오는 그 고통의 단락들을 숨죽여 읽곤 하는 걸까. 그게 위로가 된다면 그것은, 내가 남의 상처따위는 아랑곳않는 파렴치한이기때문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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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짧은말 2010. 9. 7. 03:56




-이틀 동안 붉은 굴같은 방에 쳐박혀 있다가 카페인 충전을 위해 새벽 두시쯤 밖으로 나왔다. 또다른 태풍이 온다더니 바람이 제법 분다. 새벽 2시의 이태원의 풍경이란 으레 그렇듯이 골목 어딘가에서는 제 육신을 술병과 함께 휴지조각 내팽겨치듯 아무렇게나 뒹굴리는 인간 군상과 귀찮은듯 그들을 깨우는 경찰들, 또 어딘가에는 저기 바다 너머 타국에서 온 이방인들이 모여서 알 수 없는 언어를 굴리면서 몇 가치의 담배를 나눠 피우는 모습들로 그득하다. 이태원의 새벽은 말초적인 욕망을 채우고 나면 찾아드는 필연적인 허무의 모양새다. 이 곳은 비주류들의, 이방인들의 모라토리움이다. 한가닥 한가닥, 신경을 타고 흐르는 욕구에는 급급해하면서, 전체적인 청사진의 설계도를 그리는 일은 마다하는. 유예를 자처하는 인간들의 도시. 이곳의 밤을 걷을 때 나는 위태위태하게 경계를 거스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오스카 와일드나 버나드 쇼가 공상적 사회개혁가에게 비난을 퍼붓고 가난뱅이들은 모조리 다 쏴죽여야된다는 식의 잔혹한 냉소주의로 세상을 조롱하며 아일랜드인 특유의 비정한 불경스러움으로 세속을 난도질하는 역설에서, 그 외관상의 표피는 분명히 감상주의를 배제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 지나친 호전성은 외려 감상주의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그들이 영국인이 아닌 아일랜드인으로서 영국에 거주하며 이런 과격한 농담을 입에 담았을 때, 그들은 오만한 지배계급의 눈으로 촌스러운 야만성을 멸시하는 제스처를 취함과 동시에, 피지배 계급으로 가난함을 떨치기 힘든 민족의 현실을 함께 마주해야하는 입장에 처해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가성이 그들의 가장된 냉혹함을 부추겼을 것이다. 내가 인간을 답없는 짐승이라고 조롱하며 비웃을 때, 나의 증상은 와일드와 쇼의 강박에서 몇걸음이나 떨어진 지점에서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짐작하기를, 이런식의 발화로밖에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심정에서, 무슨 분풀이라도 하는 것마냥 내뱉어진 말들은 그 속의 칼날만 첨예화된 채로 부유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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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짧은말 2010. 8. 27. 17:35






- 김현은 정제되지 않은 언어의 무질서한 나열들을 혐오했다. 그러니까 내가 글을 자주 쓰지 못하는 것도 나름의 명백한 변명거리를 갖고 있는 셈이다. 끝없는 나르시시즘의 나선과 그 굴레 곁을 어정거리는 것이 드러내는 현상적인 곤궁함. 이것이 혀 밑에서 잠시 피어났다가 모든 현전하는 것들의 가시성의 압제에서 실체를 잃어버릴 때, 나는 도무지 무엇을 적어야할 지 알 수 없어지는 것이다. 덜어놓지 않으면 안될 것들이 끊임없이 번식함에 괴로우면서도. 이렇게 몇자 적어내려 갈 수 있는 상태란 그것들의 재생산이 한계치에 임박해서 '말'로서 전화하는 비극을 저지하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에서 비롯한 것임에 다름아니다. 혼종된 설명될 수 없는 온갖 것들의 부산물에 불과한 언어들에 물질성을 부과하는 작업은 감내 불가능한 것들이 결국은 돌출되었다를 의미한다. 네게 말로서 전달되어질 수 없는 것. 그것이 발화되었을 때 파국도 내정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글로서 그것들을 제거해버리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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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짧은말 2010. 8. 17. 17:14



문학 이론은 실패를 사랑한다. 문학 이론은 완전하고 자기동일적이고 말끔하게 완비된 것이면 무엇이든 역겨워하며 부족함, 시대착오, 막장, 자기파괴에 매혹된다. 문학 이론의 주의를 끄는 것은 실패나 자기 모순을 다룬 문학작품들이다. 어떤 작품의 올이 풀릴 때, 또는 심장부에 있는 웅변적인 침묵을 내보일 때, 문학 이론가는 마치 무자비한 심리치료사처럼, 그럴듯하고 일관되게 보이려고 안쓰럽게 발버둥치는 그런 텍스트들이 사실은 영적으로 얼마나 엉망인지 밝히려고 달려든다. 문학 이론은 패매자의 미학으로, 서사시의 구조나 소설가의 의도에 대혼란을 가져오는 보잘것없는 세부사항을 옹호한다.

헤겔의 말을 빌리면, 이런 부정적인 것을 향한 몰두는, 굳건한 활기나 무조건적인 헌신이 더는 그 누구에게도 감명을 주지 못하는 요즘 시대, 즉 진실에 관한 확신은 과거의 것일 뿐이고 그나마 진실에 가까운 것은 아이러니나 모호성밖에 남지 않은 것 같은, 정치적으로 회의적인 지금 시대에 잘 들어맞는 것 같다.


-테리 이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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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11

from 짧은말 2010. 8. 11. 02:10




- 난데 없는 수난의 연속. 하지만 내 인생에 이것의 불연속이란 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를 생각해본다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교훈이랄것까진 없지만 한가지를 얻으면 한가지를 잃는다거나 예상치 못한 불운이 닥쳐오는 것은 당연한 인과의 법칙이라고 여기게 되었다는 식의, 이상한 삶의 문법을 터득하였다. 하지만 내가 과연 너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 세계가 어떤 논리로 움직이는지, 인간 사고의 동인과 동선은 매우 자명하여서 그 패턴을 익히지 않을 수 없었다던지 내게는 그것이 너무나 확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의 범주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네가 언젠가 했던 말들이, 네가 뭘 알아 라고 쏘아붙이던 너의 힐난의 말들이, 그것은 내가 예상치 못했던 말들이어서 그게 기뻤었다고, 이제 와서 그런 과거를 고백하는 건 좀 웃기는 짓이다.

- 그가 밝은 것만을 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때, 내가 이 괴리를 초월할 수 없는 그릇이 작은 인간이라 괴롭다. 태생부터가 음울한 인간은 별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다. 

- 진정으로 무감각해 질 수 있는 믿지 못할 행운이 주어진다면 주저않고 그것에 투신할 것임을 안다. 이런 점에서 내가 감정노동에 시간과 기력을 할애하고 싶지 않은 여느 20대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비루한지. 뭐가 그리 두렵고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무슨 설욕이라도 하는 것 마냥 너는 내게 별것 아니라고 혼자 울분에 차서 그리 재차 다짐을 하고 다짐을 하는지. 그게 지겹지도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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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튀세르 심포지엄

from 짧은말 2010. 8. 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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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짧은말 2010. 8. 2. 01:27




어느 날 아침 음산한 거리에서
안개 때문에 더 높아 보이는 집들이
물이 불어난 강의 양 둑처럼 보이고,
더럽고누런 안개는 배우의 넋을 닮은

배경이 되어 사방에 넘쳐흐를 때

-<일곱명의 늙은이들>, [악의 꽃]
  보들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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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1

from 짧은말 2010. 7. 21. 15:36

- 혓바늘이 돋았다. 2주일간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겠다. 덕분에 목까지 아플 성 싶고 아마도 이는 총체적인 면역력 저하때문일 것이다. 전국이 더러운 수증기로 푹푹 삶아지고 있는 냄비속의 걸레라도 된 마냥 후덥하다. 연신 흘리는 땀 때문에 온 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듯 해서 물을 들이켜도 그것은 곧 대기속으로 증발할 뿐, 갈증은 여전하다. 여름날의 참변을 늘어놓는 것도 이젠 지겹다. 나의 신경증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 너의 도착을 스스로 폭로하는 비극들을 타전하는 강제적인 수신과 공허한 수신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울함이 이를 배가시키고 있다. 모든 세속적인 비참함, 세계가 미쳐 돌아가는 것의 이유를 인간을 제정신으로 살게 하지 못하는 고온의 열기탓으로 돌린다면 그것은 차라리 속편한 이유가 될 것이다.   

- 독서일기나 비평 시리즈같은걸 쓰는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들었다. 그렇게하면 어쩔수없이 계속해서 글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내 저주받은 게으름을 타파할 수 있다면 그 쓸모있음이 함량미달이라 할지라도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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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짧은말 2010. 6. 15. 15:19

단어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고, 나와 함께 살고 있어. 당신도 알다시피 내 아파트는 책들, 잡지와 신문에서 오려낸 기사들, 그리고 내가 쓴 원고들이 마치 상승 기류에 붙들린 10월의 나뭇잎들처럼 소용돌이치고 있는 곳일 뿐이야.

나는 밤이 되면 불타오르는 듯 강렬한 파리의 거리를 돌아다녀. 그곳에서 겁에 질린 채 들떠서 무리지어 움직이는 다종의 군중을 보지. 하지만 내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지지 못해.

-Benjamin's Cros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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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짧은말 2010. 6. 2. 15:11

 




특히 나에 관해 말하자면, 난 내 인생의 극한까지 갔기 때뭄ㄴ에 당신들은 나의 절반도 오지 못할 것이며,
당신들은 자신을 속이면서 자신의 소심함을 분별력으로 받아들이면서 그것으로 위안을 삼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난 아마도 당신들보다 훨씬 더 '실제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더 집중해서 살펴보시라!
물론 우리들은 실제적인 것이 지금 어디에 있고 그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불리는지 알지 못하지 않은가?
책이 없이 우리들만 남겨두면 우리는 곧 혼돈스러워하고 길을 잃을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증오해야 할지 무엇을 존경하고 무엇을 증오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우리는 심지어 인간 본연의 신체와 피를 가진 인간에 대해서조차 번거로움을 느낀다. 우리는 그것을
부끄러워하고 치욕으로 여기며 전례없는 보편적인 인간이 되는 기회를 엿본다. 우리는 사산아들이며 오래전에
이미 살아 있는 아버지로부터 태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에 대해 점점 더 만족해한다. 우리는
그러한 취향을 가지게 되었다.우리는 곧 어떻게든 사상으로부터 태어나기를 꿈꾼다
하지만 이제 그만.
난 이제 더는 '지하로부터' 글을 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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