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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사라 문 2009.11.15
  7. 피아노신님 200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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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짧은말 2010. 2. 7. 19:49


작가는 그의 고통, 자신이 소중히 여겨온 용龍들에 의해, 또는 어떤 경쾌함에 의해 텍스트에서 자신을 재치 있는 어릿광대로 설정해야 한다 -말라르메- 얼마나 역설적인 말인가! 가장 직접적이고도 가장 즉흥적인 글쓰기의 형태를 선택하면서 나는 가장 서투른 광대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광대가 되어야만 하는 역사적 순간들도 있지 않은가? 나는 시대에 뒤쳐진 한 글쓰기의 형태를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면서 문학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문학이 사라져 가는 바로 그 순간에 찢어질 듯한 아픔을 가지고 문학을 사랑한다고? 나는 문학을 사랑한다. 그러므로 문학을 모방한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 대해 나는 어떤 열등감도 없다.

바르트의 고백은 은유와 상투적인 것의 죽음을, 더 이상 텍스트를 생산하거나 참조하지 않는 독자의 탄생을, 그리고 '즐김'과 '즐거움'의 텍스트에서 '욕망'의 텍스트로 전환하는 미래를 예상하고 있음을 짐작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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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3

from 짧은말 2010. 2. 3. 01:01



심신이 지친 하루였다. 오후 무렵에는 예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너절한 인생살이같은 것에 대한 생각으로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만 보냈다. 철이 들면서, 학업에 여념하던 또래의 아이들과는 달리, 그때의 내가 게을리 하지않았던 것은 극심한 결핍의 상흔만이 가득찬 현실과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던 이상 사이의 틈을 계속해서 메꾸는 것, 단지 그것뿐이었다. 괴리를 극복하지 못함은 나의 부덕함 탓이다. 단 한번도 욕망하지 않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던 이들을 태연스레 내치는 반동적 히스테리 증자의 얼굴을 벗겨내지 않은 것도 역시 나의 부덕함 탓일 것이다. 저런 삼류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의 징후적 인물이, 한껏 빛이 났다, 곧 명멸하는 빈사의 풍경이, 그것이 차라리 나의 운명이라면, 그것이 꽤나 필연적인 귀결임을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태원, 광화문, 문래, 신도림을 돌아 다시 집으로 향하는데, 처리해야 할 일은 제 때 시간에 맞추지도 못해 끝낼 수 없던 데다가, 급작스런 한파에 목덜미에 와닿는 한기는 너무나 소름이 끼치고, 꽁꽁 싸매 얼굴의 반까지 뒤덮인 목도리에 닿은 입김만이 유난히 뜨거워서, 지하철 문이 열리고 또다시 닫히고, 잠시 정차하는 그 시간이 무게로 환산되어, 점점 어깨를 눌러오는 것만 같았다. 나를 몇시간이고 기다려준 이도, 딱히 무언가를 약속한 이도 없는데, 이렇게나 늦어진 것이 억울했다. 심장이 내려앉은 장소 밑부분에 빽빽이 들어찬 가시들을 이제서야 발견한 것 마냥 초조해지는데, 익숙치 않은 신발과 마찰하는 피부가 쓰라려 걸음은 느려지고, 지하철이 쌩하니 이동하는 굉음과,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의 옷자락이 부딪히는 소리, 전화 음성, 구두가 또각또각 하는 신경질적인 소리들이 귀를 에워싸는데. 메마른 가슴이 울컥한다. 너를 만나고 싶어 라는 생각과, 영원히 너를 만날 수 없을거라는 예감에서 생겨난 흠집이 그만 못내 시큰거려서. 그것이 고립 상태의 일순간에, 너무나 갑작스레 일어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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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8

from 짧은말 2010. 1. 18. 05:00


" 나는 뒤 파티 드클람 중령을 고발한다. 그는 법적 오류를 야기시킨 악마적인 장본인이었다. 나는 펠리외 장군과 라바리 소령을 고발한다. 그들은 극악무도한 편파적 수사를 펼치는 죄를 저질렀다. 나는 1984년 제 1차 군사 법정을 고발한다. 그들은 불법적으로 전달된 비밀 자료에 근거하여 피고(드레퓌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법을 위반하는 죄를 저질렀다. 지금 나의 고발 행위는 진실과 정의를 앞당겨 분출시키기 위한 하나의 혁명적 방법일 뿐이다 "    - <나는 고발한다>

" 인간을 위해서 발생할 수 있는 행위는 정신이다. 그리고 정치가도 정신이니 정신적인 사람은 행동해야 한다! "

- 에밀 졸라


아아, 우린 고발할 곳이 없구나. 그리고 정신도 없구나. 정치도 없구나.  


2.



폭팔하는 청춘의 뒤흔들림이 인상적인 신진 개러지밴드인 japandroids.
정제되지 않은 멜로디, 거침없는 퍼커션의 행진, 성긴 보컬의 음색과 날뛰는 기타 선율의
조합이 생성하는 시너지는 청자를 통제불능의 상태로 몰아넣는다  
요즘 듣는건 이 녀석들과 m83, 존메이어의 신보뿐이다. 
뱀파이어 위켄드의 신보가 나왔길래 들어봤더니 전작의 격찬일색과 관계없이
그들의 달달함은 역시 내겐 사양하고싶은 그것일뿐이라는걸 다시금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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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30

from 짧은말 2009. 11. 30. 01:59



 




언젠가 꿈에서 목격했던 광경. 우리가 잃어버린 태초의 에덴.
이제와 물속의 풍경을 다시금 인위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은연중에 발휘된
상실한 실낙원을 향한 회귀 본능으로서의 메타포일까.
물에 관한 몽상은 가까이는 어머니 자궁 속을 유영하던 시기의 기억을 갱신하고,
멀리서는 우주적 차원에서 종족적 무의식에 각인된 태고의 원형이 외재화한 클리셰이다.


초마다 업데이트되는 뉴스는 온갖 새로운 것들의 범람을 다룬다.
바다를 건너온 휴대폰을 구매하려는 대중들의 열광, 광화문 바닥을 점령한 TV 드라마의 촬영현장에 관한 기사들, 연예인 누구씨의 알고 싶지도 않은 가쉽를 다룬 기사들 기타 등등.
이것이 우리들의 세계이며 놓치지 않아야 마땅한 news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아키텍트는 세계를 일곱번 재부팅 한 후에야 비로소 완성하게 되는데 우리는 몇번째 리부팅된 시뮬라시옹의 세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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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짧은말 2009. 11. 24. 01:26
..반대로, 푸른 하늘이라는 영역 속에서 세계는 그 어디에서보다 가장 비확정적인 몽상에 스며든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몽상이 진정으로 깊이를 갖게 되는 것은 그때이다. 푸른 하늘은 꿈 아래 파여든다.[스스로 푸르게 깊어 간다]. 몽상은 평면적인 이미지를 벗어난다. 얼마 있지 않아, 역설적이게도, 공기적 꿈은 깊은 (수직)차원만을 그저 갖게 될 것이다. 회화적 몽상, 즉 그림으로 된 몽상이 펼쳐지는 다른 두 개의 차원은 몽상적 가치를 잃게 되리라. 세계는 그런 즈음 진정 박 없는 거울의 저 건너편에 있다. 그 세계는 차안이 없으면서도 상상적 피안을, 순수한 피안을 가지게 된다. 우선, 아무것도 없다. 이어, 깊은profond 어떤 무가 있다. 마침내, 푸른 깊이profondeur가 있다.

"푸르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클로델적 송가는 대답하리라. "푸르름이란 눈으로 볼 수 있게된 어두움이다"라고.

..."낮과 밤 사이의 푸르름은, 항해사가 동방 하늘에서 모든 별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되는 저 미묘한 순간이 입증하는 것 같은 그런 균형을 가르킨다."

"다양한 푸른 빛은 근본적이며 일반적인 그 어떤 것, 신선하고 순수한 그 어떤 것, 언어에 선행하는 그 어떤 것이다. 그것은 감싸고 또 적셔 주는 온갖 것에 부합한다... 그것은 가장 순수한 여신의 옷자락이다."

"깊은 하늘을 본다는 것은 온갖 인상들 중에서 어떤 감정에 가장 가까운 인상을 준다. 그것은 가시적인 사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감정이라고 해야 할 것이며, 아니 보다 더 잘 표현하자면 감정과 보는 것의 결정적인 융합이며 완벽한 결합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융합은 어떤 사람의 더운 가슴이 뜨겁게 타오르는 한 세계에 필적한 열정을 가지게 될때 느끼는 열감에서 벗어난 바로 그런 융합이다. 그것은 대지적 가슴, "셀 수 없이 여러 모습을 지닌 가슴" 이 형태와 색의 무한 풍부함을 마주 대하고 경탄할 때 갖게 되는 풍요의 인상들이란 무게가 덜어져 나간 기화이다"

-공기와 꿈, 가스통 바슐라르

이따금씩 참을 수 없어지면, 그러니까 의지와 쳠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그것이 결국엔 이성을 넘어선 후의 참상을 수습하기 위해 그 허물어진 경계의 철조망을 보수하고자 할 때는 이 책을 읽는다. 공기의 운동, 하늘, 구름, 몽상, 빛과 어둠, 별자리와 성운을 말하는 이 아름다운 언어들의 태피스트리를 읽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나는 지식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권력을 가진다는 것을 안다. 나는 또 안다. 진실이 세계를 해독할 수 있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만일 내가 진실을 안다면 변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을 말이다. 아마도 나는 구원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나는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쨋든 내게는 둘 다 마찬가지다."  

세계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는가. 폭풍이 몰아치는 거대한 파도 위의 나약한 나룻배마냥, 종말을 향한 역사의 진행에 우린 저항할 수 없다. 물론 항간의 음모론처럼 3년 후에 목격하게 될 지구멸망의 미래같은 종류의 드라마틱한 종말이 아닐지더라도, 우리의 무의식 언저리에 묵시록은 다양한 양식의 내러티브로써 이입되어있다. 아마도 이러한 메커니즘의 근원은 제임슨과 지젝이 말했듯이 지구의 종말을 그리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자본주의의 근본적 변혁를 기대하기는 점점 더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는 우리 시대의 패러독스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끔, 푸코가 살아있다면- 노인성 치매에 걸리기 쉬운 나이일테지만-현재의 세계에 관하여 어떤 식으로 사유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반시대적인 인간의 표상과도 같은 그의 성향 상, 그의 친구 폴 벤느가 그에게 붙여준 별명처럼 사무라이의 정신으로 저항과 투쟁을 말하거나, 혹은 니체식 회의주의자의 전범으로서 분열된 주체의 시각으로 진리없는 세계, 잠재적인 전쟁터로서 정당성을 잃은 세계의 미래 따위가 중요할게 뭐냐고 주창하지 않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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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문

from 짧은말 2009. 11. 15. 05:50


우연성의 미학

디지털이 보여줄 수 없는 아날로그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의 세계가 있다. 공간, 타이밍, 작가의 뛰어난 센스의 협업을 거쳐 탄생하는 이 우연성의 예술은 계산과 컨트롤이 가능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와는 상이한 방법론으로, 순간의 리얼리즘을 포착한다. 이 충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의 정점에서 시공간을 아우르는 거장 중의 거장, ' 사라 문'의 사진 작업은 특히 경이롭다. 인화 단계에서 일어나는 우발적인 사고마저도 아날로그라는 형식을 채택함으로 나타나는 우연성의 산물이며 현상이라고 보는 그녀는 단순히 사진의 소재로서의 대상만을 캐치해내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우연성을 찍는다. 패션 사진이 아닌 개인 작업으로서의 그녀의 사진들은 거의가 흑백사진인데도 그녀 특유의 색감을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일지도 모른다. 사라 문의 이러한 미학적 전략은 가공되지 않은 순도 100%의 우연성의 미학을 구획한다. 이 미학은 사진 작업이 응당 내포하는 성질의 그것을 초월하는 사라 문 만의 독자적인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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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신님

from 짧은말 2009. 11. 11. 05:32


리히터를 듣는다는 것은 그의 독자적인 해석으로 변주된 '리히터적인' 리스트, 쇼팽, 슈베르트 등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가 되살려낸 작곡가의 완벽한 현전을 목도하는 것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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